기울어진 다목적구장 '아찔'…운동하다 '사람 잡을 판'

기울어진 다목적구장 '아찔'…운동하다 '사람 잡을 판'

광산구, 심하게 기울어진 다목적구장 방치해 '위험천만'
시민들, "운동하는 아이들 볼 때마다 걱정돼"

25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문제의 다목적구장에서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이 다목적구장은 오랜 기간 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로 방치돼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광주 광산구가 수십년 간 녹지공간으로 활용된 공터에 농구시설 등이 포함된 다목적구장을 만들었지만, 시민을 배려하지 않은 운동장이 되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배드민턴과 농구 등을 하는 다목적구장은 운동을 하기 힘든 '엄청난 경사'로 인해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공터(면적 2164㎡)는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광주시 소유인 이곳은 녹지지만 인근에 공원이 없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광산구가 철봉 등 체육시설을 설치해 공원이나 다름이 없었다. 광산구는 지난 1991년 우산동 택지개발이 시작될 무렵 체육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민 민원에 의해 다목적 구장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곳에 마련된 다른 체육시설과 달리 다목적구장의 경우 기울기가 심해 체육시설로는 부적합해 보였다. 운동을 하는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도 농구장의 경사가 심해 발목을 삐거나 넘어져 다칠 우려가 커보였다.

실제 지난 25일 오전에 한 유치원생이 심하게 기울어진 다목적구장을 뛰어다니다 넘어져 다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

25일 광주 광산구 한 다목적구장 인근에 설치된 조명이 기울어져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심야시간 공터를 밝히는 조명조차도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런 탓에 공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주민 문정택(58)씨는 "농구장의 경우 최소 5도 이상 기울어져 농구장의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공사비도 적잖게 들었을 텐데 왜 이렇게 만들었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이용할 시설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만들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녀들과 함께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애지(46·여)씨는 "경사진 농구장 앞을 지날 때마다 농구하는 아이들을 보면 다칠까 걱정이 된다"며 "구청이나 시에서 개선해주고 아이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5일 자석 수평자로 문제의 다목적운동장의 수평을 재보니 좌우의 수평이 맞지 않았다(사진=김한영 기자)

 

광산구는 공원이 아닌 녹지인 이 곳에 대해 정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광산구 관계자는 "이 곳의 경우 경관 녹지로 오래 전 시민들의 민원으로 정식 농구장이 아닌 다목적구장이 조성된 것 같다"며 "현재까지 경사 문제로 다치거나 민원이 접수된 적은 없으면 지난 2016년에는 우레탄 교체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광주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