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내란 사태 이후 불붙은 5·18 왜곡, 시민 관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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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내란 사태 이후 불붙은 5·18 왜곡, 시민 관심 절실"

핵심요약

'新5·18 왜곡 추적기' 연속 보도
서부지법 사태와 5·18 '같은 성격'이라 주장하는 온라인 게시물 다수
왜곡 사례 신고하는 시민들, 울분·억울함 터뜨리며 제보
앞으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 흔들릴 때 5·18 정신 필요

■ 방송 : 광주 CBS 라디오 1FM 103.1MHz (월~금, 16:30~17:30)
■ 제작 : 김지희 PD, 정효은 작가
■ 진행 : 정정섭 아나운서
■ 방송 일자 : 2025년 5월 16일(금)

[다음은 광주CBS 한아름 기자 인터뷰 전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진행자> 5·18 45주년 기념 특집, <5·18 악플 저격수>! 마지막 시간으로 '新5·18 왜곡 추적기' 연속 보도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곳곳에서 횡행하는 5·18 허위 게시글의 실태를 집중 취재한 CBS한아름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 인터뷰는 보이는라디오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주cbs 유튜브 채널에서도 많이 시청해 주시기 바라며 한아름 기자, 안녕하세요.
 
◆ 한아름> 안녕하세요.
 
◇진행자> 저도 지금 사흘간 <5·18 악플 저격수>를 특집을 진행하며 온라인에 아직도 5·18 관련 폄훼가 많다는 걸 직접 느꼈거든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얼마만큼 올라오고 있는지 궁금해졌는데. 오늘 이 이야기 집중적으로 나눠보죠. 먼저 한아름 기자도 보도 준비하며 눈살 찌푸려지는 게시물들을 많이 봤을 거 같아요?
 
◆ 한아름> 네. 저도 처음 기사를 준비하면서는 요즘 시대에 5·18 관련 왜곡이 뭐 얼마나 심하겠어 싶었지만 조사를 하다 보니 도가 지나친 게시물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한아름> "5·18 특별법은 말도 안 되는 악법이다", "광주 때는 무기고를 털어서 폭동을 일으킨 거다", "탈북자 누가 말해줬는데, 광주사태는 북한이 가담했고 김일성은 이를 혁명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등등이 있었는데요. 이 중 가장 놀랐던 것은 전두환을 찬양하는 게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수십 명이 난입해서 폭동을 일으켰던 사건을 두고 "지금은 폭도라 불리지만 곧 유공자가 되어 평생 연금받고 자손 만대 잘 살 거다 광주에서도 그랬다며" 같은 게시글을 보면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서부지법 피의자들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비교할 수 있는지 게시글 수준이 참 안타깝습니다.
 
◆한아름> 네. 맞습니다. 특히 12.3 내란 사태와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에 5·18 왜곡 게시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5·18기념재단에서는 5·18 왜곡 게시물 제보를 받고 있는데 평소에는 한 달 20~30건 정도 접수되던 제보가 지난 1월 한 달 동안 평소 4배가 넘는 128건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특히 서부지법 사태가 있었던 1월 19일 하루에만 평소의 한 달 정도 수치인 36건, 2월에도 69건 접수됐습니다.
 
◇진행자> 심각하네요. 서부지법 사태의 어떤 부분이 이렇게 5·18 왜곡을 부추긴 걸까요?
 
◆한아름> 서부지법 사태를 이끈 세력들은 그들의 명분을 '국민저항권'의 발동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국민저항권이란 말을 곱씹어보니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상징적인 민주화운동이었던 5·18이 떠올랐을 겁니다. "그래,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며, 그러면 서부지법도 비슷한 것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적당한 논리가 하나 생긴 거죠. 이후에 서부지법 사태를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말들이 나오자 이들은 5·18을 걸고넘어진 겁니다. 서부지법 사태가 폭동이면 5·18도 폭동이다, 예를 들어 "119가 폭동이면 5·18은 테러지" 이런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극우 성향 게시판에 여럿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는 민주화를 위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 시스템을 파괴한 피의자들인데. 조금만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고, 5·18을 폄훼하는 말인데도 1월 19일 하루 만해도 이런 게시글이 급증했다고요?
 
◆한아름> 맞습니다. 앞서 이야기해 드렸던 "지금은 폭도라고 불리지만 곧 유공자가 되어 평생 연금 받고 자손만대 잘먹고 잘 살거다." 이 게시글은 19일 스레드라는 짧은 글 중심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내용인데요. 놀라운 건 이 글이 1600개가량의 '좋아요'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19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 속에도 5·18을 깎아내리는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놀랍습니다. 근데 스레드라는 소셜미디어는 2023년에 생겼잖아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SNS에서도 5·18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네요?
 
◆한아름> 그렇습니다. 온라인에 있는 5·18 왜곡 게시물은 수년 전부터 많이 발견됐지만 스레드처럼 신생 미디어에도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5·18 재단 관계자가 말하기로는 '스레드에 5·18 왜곡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만 삭제 요청을 하면 그래도 하루이틀 안에는 삭제를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 하루이틀 사이에 게시글은 수많은 이들에게 전파된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스레드 입장은 '어차피 삭제해 주는데 뭐가 문제냐'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진행자> 유튜브나 뉴스 댓글에서도 종종 5·18과 관련한 왜곡 내용이 있는데. 새로운 플랫폼까지도 앞으로 더욱 철저히 신경을 써야겠네요.그리고 앞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SNS 말고 5·18과 관련한 폄훼 게임도 있었다고요?
 
◆한아름> 맞습니다. 작년에 로블록스라는 게임 플랫폼에서 '그날의 광주'라는 5·18 폄훼 게임이 나와 논란이었는데요. 이번에도 '광주 런닝맨'이라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정식 발매된 게임은 아니고 원래 있던 좀비 탈출 게임을 이용자가 직접 변형한 겁니다. 게임의 이용자가 계엄군이 돼 화면 속에 광주 시민이 보이면 가서 때려야 하는 것이고요. 게임 중간중간에 '주저하지 말고 때리세요'라는 안내 자막이 나오는데, 내란 목적의 살인 행위였던 5·18을 이렇게 게임 형태로 만들면서 광주 시민의 상처는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안타깝습니다. 많은 광주 시민이  이런 내용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것 같은데요.
 
◆한아름> 네, 저도 실제 5·18기념재단이 접수한 제보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울분이 치밀었는데요. 저처럼 제보자들도 5·18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이들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길 원한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관련해서 시민의 왜곡 제보 접수를 맡고 있는 5·18기념재단 김지은 담당자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지역민들에 대한 어떤 혐오감이 자부심을 깎아내린다 해야 되나.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 출신들이 너무 기분 상하는 일처럼 되는 거예요."
 
◆한아름> 5·18기념재단이 3일 전(13일) 발표한 올해 5·18인식조사 결과에서도 5·18 왜곡을 멈추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잘 드러났습니다. 5·18과 관련해 시급하게 규명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5·18 민주화운동 은폐, 왜곡, 조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9%로 가장 높았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 기자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가 왜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하나요?
 
◆한아름>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5·18 왜곡 발언들은 개인에게도, 플랫폼 운영자 측에도 돈이 됩니다. 요즘 소셜 미디어는 '좋아요' 수, 조회수, 체류시간, 댓글 수, 공유 수 등 다양한 이용자의 활동들을 수치로 환산해 돈으로 보상해 줍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관계없이, 자극적인 내용을 써서 관심만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돈이 되는 겁니다. 플랫폼 운영자 입장에서도 이용자가 많으면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요. 관련해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의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왜곡 그 자체보다는 이걸 하면 조회수가 높아진다는 것을 저쪽에서는 파악을 하고 조회수가 막 올라가니까 상업적인 의도나 이런 것들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진행자> 법적인 제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현행 5·18 특별법의 한계에 대해 방금 임지봉 교수님도 말씀해 주셨지만 한아름 기자도 직접 조사 하며 법의 적용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느꼈나요?
 
◆한아름> 네. 말씀하신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스레드뿐 아니라 유튜브같이 5·18 왜곡이 벌어지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대부분 해외에 본사를 두고 운영 중이라 국내에선 조치가 쉽지 않습니다. 또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왜곡 발언의 출처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숙주 같은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한 처벌은 다른 사람과 달리 더욱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교묘한 왜곡 발언도 이어지고 있어서 조금 더 촘촘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진행자> 교묘한 행태요?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한데요?

◆한아름> 예를 들어 5.18 왜곡 발언의 대표적 인물이자 수많은 2차 저작물의 원작자인 지만원 씨를 아실 겁니다. 지만원 씨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가 지난 1월에 출소했습니다. 하지만 출소 한 달도 채 안 됐을때 강연을 열어 5·18을 왜곡하는 발언을 또 쏟아냈습니다. 근데 그게 학술 목적, 연구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처벌을 받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교묘한 발언이나 행태가 근절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방식과 달리, 조금 더 강력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신문·잡지·방송, 그리고 출판물에 따른 것, 전시물·공연물·기자회견·집회 이런 식으로 폄훼를 하는 것을 문제를 삼을 수는 있어요. 사람이 특정 된다면. 그런데 유일하게 특정하지 못하는 것 하나가 온라인 상의 댓글은 특정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직도 '폭동'이라든지, '북한군 개입설'이라든지, '가짜 유공자설'이라든지 이런식으로 5·18과 관련해서 기사에 댓글 기능을 제공하지 않도록, 댓글 창 자체를 열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진행자> 네 선제적인 예방, 중요한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사실 지금 한아름 기자의 기획 보도에도 5.18관련 악플이 달려있어요. 미디어 문해력, 정보의 올바름을 잘 판단하고 또 허위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아름> 지난해 12·3 불법 내란 사태 당시 시민이 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로 몰려갈 수 있었던 것은 5·18민주화운동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5·18 정신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시도에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한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新5·18 왜곡 추적기'를 연속 보도한 CBS 한아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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