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다 끄고 나서야 '대기 중 중금속' 측정 시작한 광주시

불 다 끄고 나서야 '대기 중 중금속' 측정 시작한 광주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10km 떨어진 곳에서도 평균치 3배 이상의 중금속 검출
'완진' 선언한 20일부터 공장 인근서 중금속 측정 시작
안내 받지 못한 인근 주민들은 두통·인후통에 괴로움

지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한아름 기자지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한아름 기자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흘 뒤인 지난 20일이 되어서야 자체적인 중금속 측정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일 10km 떨어진 곳에서도 중금속 3배 검출

27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 2시에 호남권 대기환경에서 납(Pb)이 18ng/㎥ 검출됐다.
 
호남권 대기환경에서 측정되는 1년 평균값이 6ng/㎥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치솟은 수치다.
 
납은 신경계와 소화기관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중금속이다.
 
대기 중 납(Pb) 수치가 오른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화재 진화작업이 한창이던 18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년 평균값을 크게 웃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오후 8시엔 10ng/㎥을 기록하고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지더니, 19일 오전 6시 기준 14ng/㎥을 기록했다.
 
호남권 대기환경을 측정하는 장소는 광주 북구 오룡동으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공장과 약 10km 떨어져 있다.
 
화재 현장에서 10km 떨어진 곳에서도 납(Pb)·니켈(Ni)과 같은 중금속이 검출됐지만 광주시는 불이 완전 진압된 20일이 되어서야 시 차원의 중금속 정량 조사를 시작했다.
 
화재 당일부터 중금속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자동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 시에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수동으로라도 금호타이어 인근에서 중금속을 측정해야겠다고 생각해서 20일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또 다른 관계자는 "진행하는 업무가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우선 집중해야 할 부분부터 선별해서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화재 이후 약 15시간 동안 대기질 '나쁨' 단계 이상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거주민이 화재로 인해 솟구치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한아름 기자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거주민이 화재로 인해 솟구치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한아름 기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이후 약 15시간 동안 대기질 '나쁨' 이상 수치를 보였으나 광주시는 이를 알리는 재난문자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6일 광주시가 공개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에 따른 환경분야 관련 대응현황>과 21일 공개한 <보건환경연구원의 금호타이어 화재 관련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를 보면, 공장의 큰 불을 잡은 다음 날인 지난 19일 오전 11시부터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환경부의 '매우 나쁨' 구간까지 치달았다.
 
불이 난 지 사흘째인 지난 19일 오전 11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127㎍/㎥, 초미세먼지는 81㎍/㎥ 였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180㎍/㎥, 초미세먼지 124㎍/㎥까지 치솟으며 두 수치 모두 '매우 나쁨' 수준에 다다랐다.
 
이날은 불이 난 공장 내부에서 작은 불덩이 수백 개가 발견되고, 공장 내부 바닥이 아래로 꺼지는 등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던 날이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등급을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으로 나누고 미세먼지 농도가 81㎍/㎥ 이상 150㎍/㎥ 이하면 '나쁨' 단계, 151㎍/㎥ 보다 높으면 '매우 나쁨'으로 본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36㎍/㎥ 이상 75㎍/㎥ 이하면 '나쁨' 수준,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이라고 판단한다.
 
지난 22일 공장 내부의 재발화 이후에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새벽 1시에 미세먼지 농도는 103㎍/㎥, 초미세먼지 농도는 72㎍/㎥로 '나쁨' 수준이었다.
 
19일 오전 11시부터 26일 오후 12시까지, 시간별 측정에서 대기질이 '나쁨' 수준 이상을 보인 건 15차례에 달한다.
 
광주 광산구 송정보건지소에서 금호타이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피해현황을 접수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광주 광산구 송정보건지소에서 금호타이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피해현황을 접수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늑장을 부리다 뒤늦게서야 자체적인 중금속 측정을 진행하고 대기질 정보 또한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은 사이 시민들은 두통·인후통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광주 광산구청에 따르면 전날인 26일 오후 5시까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관련 피해 현황 신고는 총 1만 2358건 접수됐다.
 
두통이나 눈·목 따가움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인적 피해가 7311건(59%)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는 사흘 만인 20일 완전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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