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머물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황제노역' 논란을 빚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국내로 송환돼 교도소에 구금된 뒤 법원에 구속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에 대한 구속취소 심문을 열었다.
허씨는 이날 새벽 1시쯤 광주로 호송돼 광주교도소에 구금됐다. 앞서 광주지법은 공판 불출석 등을 이유로 피고인 구금용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허씨는 청각 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한 채 억울함을 호소했다.
허씨는 "사죄할 부분은 인정한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할 것이니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 현지 주치의가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죽을 각오로 왔다"면서 "이 땅에 묻히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도망친 적 없으며 뉴질랜드 출국도 검찰이 출국금지를 해제해 정식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현지 체류는 아파트 사업 때문이었고 황제노역 논란 이후 현지 사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허씨 변호인 측은 공소시효 만료와 범죄인 인도 절차의 위법성, 고령과 건강 악화, 체납세 납부 등을 이유로 구속취소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허씨에게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허씨는 2015년 출국 이후 재판 출석 요청을 수차례 거부했고 공판 불출석이 6차례 이상 반복됐다"며 "차명 주식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한 정황도 있으며 향후 증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질랜드 당국과의 협약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와 집행은 모두 정당하고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11월까지 지인 명의로 보유한 차명주식 36만여 주를 매도하며 양도소득세 5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해당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5800만 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00여만 원도 납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허씨는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심장 질환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7년째 지연돼 왔다. 공소 제기 이후에도 입국을 거부하고 공판에 계속 불출석하자 법무부는 2021년 6월 뉴질랜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3월 18일 허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결정했고 지난 5월 8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송환 절차가 진행됐다.
허씨는 앞서 2010년 400억 원대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도박 사실이 드러나 귀국했다. 이후 하루 5억 원씩 벌금을 탕감받는 '황제노역'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