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구부 비리 민원 뭉갠 조선대 체육실 '조직적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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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농구부 비리 민원 뭉갠 조선대 체육실 '조직적 은폐' 의혹

핵심요약

[편집자 주]
대학 농구 1부 리그에 속한 국내 12개 대학 가운데 유일한 지역대학인 광주 소재 조선대학교. 그런데 조선대 농구부가 수상하다. 학생 선수들은 억대의 회비를 냈고 계좌에서는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으로 인출됐다. 선수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도 빼돌려졌다. 광주CBS는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 연재를 통해 농구 선수 꿈을 담보로 착취에 가까운 환경에 놓인 열악한 대학 농구부 선수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입구. 김수진 기자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입구. 김수진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② '장학금도 꿀꺽?' 광주시체육회 단체종목 장학사업 '엉터리'
③ 그만뒀는데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지원비 빼가려 서명도 조작
④ 영화 출연·임의단체 농구대회 학생 동원…조선대 농구부 '노동 착취' 의혹
⑤ 농구부 비리 민원 뭉갠 조선대 체육실 '조직적 은폐' 의혹
(계속)
조선대학교가 농구부 운영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형식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 봐주기식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실 조사로 '사실무근' 종결…회비 문제 졸속 처리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에 연결된 체육관 농구장. 김수진 기자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에 연결된 체육관 농구장. 김수진 기자조선대학교에 조선대 농구부의 학부모 회비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된 것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2024년 12월 말.

민원은 '주장(총무) 선수가 돈을 걷었고 농구부 감독은 이 돈을 자신의 돈처럼 계좌에서 인출해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관리·감독 부서인 조선대 체육실은 총무였던 학부모를 포함해 농구부 학생 학부모 3명과 주장 선수를 조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당초 주장 학생 선수 통장으로 회비를 송금했다는 민원이었지만 조선대 체육실은 조사 결과 회비가 주장 학생 학부모 통장으로 들어가 사실관계가 다르고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는 농구부 감독 A씨의 주장과 총무 역할을 하며 회비를 걷은 학부모 B씨의 '부정이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과 자필 확인서를 토대로 민원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언제부터 회비를 얼마나 갹출했는지, 이 회비가 투명하게 사용됐는지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아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형식적인 조사로 봐주기식의 제 식구 감싸기 조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 총무 B씨가 조선대 체육실에 제출한 확인서와 달리 농구부 전·현직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감당하기 힘든 액수의 회비를 내면서도 정산이나 사용처에 대해 전혀 고지받지 못했다. 조선대 체육실이 엉터리 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 조선대 체육실은 학부모 회비와 관련한 민원 제기와 조사 결과에 대해 조선대학교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대학 본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은 CBS노컷뉴스 보도가 나간 뒤였다.

조선대학교 본부 관계자는 "대학 본부와 총장이 민원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해당 내용이 기사화되고 난 뒤인 16일 오전"이라며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원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하기 위한 노력은 체육실에서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체육실이 관리·감독 주체임을 인정했다.

체육대학 관계자 "체육실 조직 체계 달라 답답"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관 농구 코트. 김수진 기자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관 농구 코트. 김수진 기자조선대 체육실이 농구부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선대 체육실 운영 내규에 따르면 체육실은 운동부 선수의 육성과 훈련계획 수립, 체육실 예산 수립과 집행, 체육 특기자 장학생 선발 등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대 체육실은 농구부 소속 학생 선수가 몇 명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농구부 소속 체육 특기생에게 지급하는 월 18만 원의 장학금을 모두 6명에게 계속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 당시 이 가운데 2명의 학생은 이미 농구부를 그만둔 상태였다.

게다가 체육실은 체육특기생을 제외하고 몇 명의 농구부 선수가 있는지 감독을 통해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농구부에는 체육대학 소속의 다른 과 학생은 물론, 다른 단과대학 소속 학생도 포함되어 있다.

농구부를 그만둔 학생에게도 지속적으로 장학금이 지급됐다. 이 돈은 해당 학생 계좌를 수거해서 관리하는 코치진이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한 정황도 나온 상황이다.

광주시체육회 대학부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 선발도 감독에게 일임했는데, 감독이 추천한 학생이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도 부실하게 이뤄졌다. 실제 지급된 장학금이 해당 학생에게 제대로 전달돼 사용됐는지 확인 절차도 없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조선대 제공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조선대 제공조선대 체육실이 농구부 학부모 회비 문제를 부실하게 조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선대 이계행 체육실장은 "(탈퇴한 학생 선수) 학부모는 연락처도 없다. 안 만나주더라"며 "민원의 사실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데 사실무근이었다.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농구부 선수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3월에 종목단체별로 체육회 소속 등록기간에 보고하는 것 외에 따로 명단관리는 없다"며 "가입과 탈퇴 절차는 따로 없으며 학생들이 농구부를 나가고 들어가는 것은 본인들 자유라 학교가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조선대 체육대학 한 교수는 "과도한 회비와 불투명한 운영 문제로 농구부를 그만두거나 학업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잦아지면 체육대학으로서도 손해"라며 "체육학과 교수이면서도 조직 체계가 달라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처럼 조선대 체육실이 농구부를 비롯한 교내 운동부의 관리 감독은 물론 농구부 운영 비리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거나 오히려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대학 측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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