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꽁꽁…건설·농사 현장도 '일시멈춤'

폭설로 꽁꽁…건설·농사 현장도 '일시멈춤'

광주 광산구 농민 "폭설로 햇빛 가려져…농작 피해 우려"
광주 서구 상무2동 주민 40여 명 빙판길 제설 작업
대다수 건설 공사현장, 외부 작업 일시 중단
광주노동청 오는 7일까지 대설 긴급 점검 실시

광주 광산구 본덕동의 한 하우스 농가에 폭설로 인해 인적이 드문 모습. 김수진 기자광주 광산구 본덕동의 한 하우스 농가에 폭설로 인해 인적이 드문 모습. 김수진 기자광주전남지역에 지난 밤부터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비닐하우스 농가가 제설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건설현장도 안전사고를 우려해 작업을 멈췄다.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본덕동의 비닐하우스 마을.

미나리와 쑥갓, 딸기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여러 농가와 농기계가 눈 속에 묻혀있다.

일부 비닐하우스는 지붕 위로 두툼하게 쌓인 눈과 거센 눈발에 문짝이 들썩거리기도 했다.

발목 높이까지 쌓인 눈길 사이로 제설차만 분주히 움직여 고요한 풍경이었다.

평소라면 트랙터나 화물차가 돌아다녔을 길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간혹 주민들이 인근을 허우적거리며 다시 하우스 농가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쑥갓 농사를 하는 황모씨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계속 눈이 두껍게 쌓이면 비닐하우스가 망가질 수도 있어 불안하다"며 "아침부터 마을에서 제설 작업하느라 시간을 다 썼다"고 걱정했다.

온도와 습도 등에 예민한 농작물을 위해 특별히 공기 열 냉난방 시설까지 갖춘 농가도 시름이 깊어졌다. 폭설에 하우스 위로 눈이 쌓이면서 햇빛이 차단되자 농작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200평 규모의 연동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박모씨는 "농작이 기후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데 눈이 많이 오니 필요한 햇빛의 양을 채우지 못한다"며 "딸기도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인근 잎채소류나 미나리 농가의 경우는 빛의 양이 줄면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보통 습기 조절을 위해 창문이나 문을 열지만 오늘은 눈이 오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하우스 측면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서구 상무2동에서 자율방재단과 안전모니터 활동을 하는 주민 10여 명이 제설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광주 서구 상무2동에서 자율방재단과 안전모니터 활동을 하는 주민 10여 명이 제설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광주 도심 곳곳에서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과 주민들이 도로 제설 작업에 분주히 움직였다.

광주 서구 상무2동 이화경로당 앞 골목길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집을 나선 10여 명의 주민들이 제설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자와 장갑, 목도리, 마스크로 무장한 상무2동 주민들은 자율방재단과 안전 모니터 업무에 참여해 이날 4시간여 동안의 골목길과 경사로 눈을 치우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제설 작업에 참여한 최고령자 김외숙(76)씨도 등산화에 두꺼운 옷을 챙겨입고 나와 눈 치우기에 열심인 모습이다.

안전 모니터 활동을 하는 황은희(50)씨는 "상무2동이 눈만 오면 미끄럽고 차도 못 올라가는데 어르신들도 이 길을 걸어 다니기에 미끄러우시지 않겠냐"며 "나도 넘어질 뻔했다"고 경사로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10명씩 4개조를 나눠 각 구간마다 염화칼슘도 뿌리고 삽으로 빙판길 얼음도 깨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안전한 길을 만드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있어 너무 좋다. 내일도 눈이나 비가 오면 함께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광주 남구 백운동의 한 병원 건설 현장은 4일 폭설로 인해 외부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수진 기자광주 남구 백운동의 한 병원 건설 현장은 4일 폭설로 인해 외부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수진 기자대다수의 건설 현장은 폭설로 예정된 외부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광주 남구 백운동의 한 병원 건설 현장은 이날 건물 내부 공사 인원만 출근했다. 당초 외부 공사를 위해서는 15명의 근로자가 나와야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단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

건설사 관계자는 "외부 공사 일정이 있었지만 취소됐다"며 "눈이 쌓여 미끄럽고, 안전상의 문제가 커 오늘은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정부 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비해 사급 공사 현장은 폭설 등 기상 이변에 따른 지연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도 갑작스러운 무급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폭설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겨울철 재해 사고 예방을 위해 이날 긴급 점검을 계획했다.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13곳의 건설 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안전 수칙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김관식 건설산재지도과장은 "겨울철 폭설이나 기상악화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크레인, 거푸집 등 설치 해체 위험 작업은 중지해야하고 동계 작업을 최소화 해야한다"며 "겨울철 발생하는 한랭질환은 물론 화재와 폭발, 질식, 붕괴 등 대형 사고를 막기위한 수시의 안전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다고 설명했다.

이날 광주전남에는 폭설과 한파가 찾아오면서 시내버스와 항공기 등 운행이 일부 중단되고 빙판길 도로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쯤 광주 광산구 진곡산업단지 한 도로에서 4t 화물차가 미끄러짐 사고로 가드레일을 충돌했다.

앞선 오전 8시 20분쯤에는 전남 화순군 사평면 한 언덕길에서 승용차가 도로 옆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광주에서는 18건, 전남에서는 9건의 대설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광주에서 눈길 교통사고는 4건, 빙판길 보행자 넘어짐 사고는 9건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시내버스 102개 노선 중 8개 노선 26대가 노선을 변경하거나 우회 운행하고, 광주공항에서 제주와 김포 등을 오가는 항공기들은 이날 하루 34편 중 28편이 결항됐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광주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