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사고를 수사 당국이 현장 수습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수사와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진상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찰청은 최근까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제주항공 대표, 무안공항 관계자,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 5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현재까지 입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특히 사고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공항 내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설치 문제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둔덕은 높이 2m로, 충돌 시 항공기 손상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구조물이 사고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로컬라이저가 설치 기준 및 설계 지침을 준수했는지, 항공사의 정비·점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착륙 시 오리 등 야생동물 대응은 적절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또 경찰은 방위각 구조물 설치 과정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2007년 설치 당시와 2020년 개량 시의 관련 문서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여객기 잔해는 조사를 위해 여러 장소로 분산 보관됐다.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랜딩기어는 김포공항 사조위 분석센터로 옮겨졌고, 엔진은 프랑스의 제작사에서 분석 중이다. 꼬리 등 주요 구조물은 무안공항 내 별도 장소에 보관돼 있다.
현재 무안국제공항의 운영은 사고 직후인 2024년 12월 29일부터 중단된 상태이다. 재개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6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철거하고, 관련 시설을 재설계하는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별 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공사를 시작해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무안공항은 국토부의 '단계별 운항 대안'에 따라 5월까지 사고 수습 및 활주로 정리를 완료하고, 8월까지 항행안전등 보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9월까지 계기착륙시설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무안공항의 재개는 오는 10월쯤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 조사 과정이 더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비행기록장치에서 사고 직전 4분간의 데이터가 지워진 부분에 대해 사조위가 다른 경로를 통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사라진 블랙박스 기록의 신속한 복원과 엔진에 대한 세심하고 면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