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 재단 위에 형형색색의 꽃이 놓여진 모습. 한아름 수습기자제주항공 참사 발생 100일째인 7일 적막하던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 유가족들이 마련한 화사한 봄꽃이 놓이며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가 자리했다.
"봄이니까, 화사하게 꽃을 놓기로 했어요"7일 오후 1시 무안공항 1층 한켠에 마련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 재단 위에 형형색색 꽃들이 올려졌다. 여객기 참사 100일을 맞아 유가족협의회가 준비한 화분이다. 유가족들 20여 명이 모여 화분을 분향소 안쪽으로 옮겼다. 갖가지 색을 지닌 꽃화분이 놓여져 분향소에도 봄기운이 느껴졌다.
이번 여객기 참사로 아들 부부와 손자를 잃은 유가족 A씨는 분향소 앞에 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A씨는 "태국에 있을 때 보내준 사진이에요. 우리 손주 사진"이라고 말했다. 손자 사진을 어루만지고, 크게 확대해보며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었다. A씨의 딸 B씨는 "이번 참사가 잊혀지면 안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 옆에 서서 헌화하던 다른 유가족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흐느끼던 그는 몸을 겨우 가눈 채 분향소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이후로도 한참을 더 울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숨을 꾹 참는 모습이었다.
준비한 봄꽃 화분을 분향소 재단 위에 모두 올린 뒤, 유가족 20여 명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아름 수습기자유가족과 추모객들은 계단 앞에서 추모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동생을 잃은 한 유가족은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에 너무 아프다"며 "생전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보내고 나니 이 아픔을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춘(71)씨는 어릴 적 전남 신안에서 같이 학교를 다녔던 후배를 이번 참사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씨는 "와야지, 꼭 와야지, 생각만 하다가 서울에서 왔는데 생각보다 분향소 크기가 작은 것 같다"며 "모쪼록 유족들과 정부 사이 대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에서는 '제5차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열려 6개의 특별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추후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황색 점멸등만이 깜빡거리고 있는 무안국제공항 앞. 한아름 수습기자지난해 12월 29일 참사 발생 이후 무안공항은 멈춰있는 상태다. 입구에서 공항 건물로 향하는 도로 위 신호등엔 황색 점멸등만이 깜빡거릴 뿐이었다. 공항과 다른 시를 이어주는 버스 승차권도 참사 이후로는 발매되지 않고 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추모의 계단'에 붙은 한 편지. 한아름 수습기자공항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추모의 계단'이 조성돼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편지가 양쪽 난간에 빼곡하게 붙어있다. 눈물 때문인지 잉크가 번진 포스트잇, 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아이의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에 공항을 찾은 유가족은 "아직도 손편지들이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가 다 된 시각, 공항 2층에는 36개의 텐트가 아직도 무안을 지키고 있다. 텐트 앞에는 목욕도구, 종이컵 한두줄, 목욕바가지 등이 놓여있어 오랜 기간 유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렀음을 알려준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한아름 수습기자유가족들은 이날 텐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명백한 책임자 처벌,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항공 대책을 원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날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이혁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유가족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 지원이 실질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자금이 많이 드는 트라우마 센터는 유가족들도 원하지 않고, 이미 있는 트라우마 센터를 활용해 유족들에게 일대일 매칭을 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며 촉구했다.
이혁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우리는 단순히 가족을 잃은 아픔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변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이 좀 더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사고 직전 '4분 7초' 동안의 행적과 관련해 "CCTV나 다른 자료들을 확인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 내용이 신속히 복기되어 엔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26일 사단법인을 설립해 참사 원인 규명과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전남도와 협의해 추모공원 건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