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소속 광주·전라·전북·제주·호남 지방회 임역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호남과 제주 지역의 순복음 교회 영적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일 광주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호남·제주지역총연합회 제75-6차 정기총회는 단순한 교단 행사를 넘어,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파도 앞에 선 지역 교회의 생존과 본질을 묻는 자리였다.
한국의 지방 소멸 위기는 종교계에도 직격탄이 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호남 지역의 청년 인구 유출과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는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1970~80년대 기하성 교단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화려한 부흥의 시대가 지나가고, 현재의 지역 교회들은 텅 빈 예배당과 목회자 고령화라는 역사적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
이날 총회장으로 추대된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의 취임 메시지는 이러한 척박한 시대적 맥락을 깊숙이 관통했다. 한 목사는 설교를 통해 기복적 희망의 언어 대신, '버텨냄'과 '깨어짐'의 신학을 역설했다.
그는 은퇴 후 30년의 삶이 더 주어졌음을 깨달은 한 90대 전직 병원장의 일화를 인용하며 설교의 포문을 열었다.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가 '크리스천의 목표와 성취'란 제목으로 설교하고 있다. 한세민"65세에 은퇴를 앞두고 남은 삶을 어영부영 보낼 것이 아니라, 100세 시대에 걸맞은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앞선 믿음의 선진들이 80세, 100세가 넘어서도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은퇴를 앞두고도 헌신할 후임자를 찾지 못하거나, 사역의 동력을 잃어가는 60대 이상의 지역 목회자들을 향한 뼈아픈 진단이자 위로였다. 특히 한 목사는 사역의 대물림이 끊어지는 현실을 직시했다. 의사나 법조인 같은 직업은 자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세습되지만, 척박한 현실을 곁에서 지켜본 목회자의 자녀들은 사역자의 길을 기피하는 냉혹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왕기상에 등장하는 '사르밧 과부'의 이야기를 빌려, 당장의 생존을 위한 타협보다 신앙의 좁은 길을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속도보다 방향, 토끼의 질주 대신 거북이의 행진이날 설교의 핵심은 물량주의적 속도전에 매몰됐던 과거 한국 교회를 향한 자성이었다. 한 목사는 KTX와 무궁화호의 비유를 들어 "기차를 탈 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솝 우화의 거북이가 비록 느릴지라도 푯대를 향해 끝까지 기어갔듯, 세상이 우리의 사역을 알아주지 않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쇠퇴하는 지방 교회의 목회자들에게, 화려한 성장을 이룬 '토끼'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의 방향을 잃지 않은 '거북이'의 우직함을 지키라는 당부다.
설교의 결론은 히브리서의 '징계와 깨어짐'으로 이어졌다. 밀가루 반죽이 수없이 치대어지고 얇게 부서져야 겹겹의 고급스러운 크루아상이 완성되듯, 현재 지역 교회가 겪는 고통과 외면은 버림받음이 아니라 더 귀하게 쓰임 받기 위한 연단의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한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 역시 겟세마네 동산에서 죽음의 잔을 앞두고 답답함과 고통을 겪었음을 상기시키며, 끝까지 십자가 사명을 완수할 것을 독려했다.
이날 총회를 통해 신임 임원진과 각 지방회장 인준을 마친 기하성 호남·제주지역총연합회는 세상의 속도와 타협하지 않고 십자가의 방향을 묵묵히 걸어가는 발걸음을 다시 시작한다. 사회적 소멸의 위기와 냉소 속에서, 이들이 치열하게 빚어낼 '깨어짐의 빵'이 지역 사회에 어떤 희망의 질감으로 전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