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합예배를 마치고 내외빈들이 복음, 연합, 선한 영향력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2026년 봄, 광주광역시의 개신교계는 다시 한번 연대의 자리에 모였다. 4월 5일 오후 4시, 광주순복음교회당(한상인 목사 시무)에서 열린 '2026년 광주광역시 부활절 연합예배'는 단순한 종교적 기념일을 넘어, 파편화되고 상처 입은 현대 사회에 기독교가 던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성찰하는 자리였다. '복음, 연합, 선한 영향력'이라는 주제 아래, 광주 지역 교회들은 불안과 갈등이 만연한 시대에 어떻게 '부활의 샬롬(평화)'을 실현할 것인지 그 길을 모색했다.
'실천적 무신론'을 향한 뼈아픈 자성이번 연합예배의 설교자로 나선 이종석 목사(광교협 직전회장)는 '실천적 무신론의 벽을 깨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던졌다. 그의 설교는 현대인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불안의 근원을 파헤치며 시작됐다. 이 목사는 "인간은 존재론적, 도덕론적, 목적론적으로 세 가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며, 인간의 유한성, 죄책감, 그리고 삶의 목적 부재가 만들어내는 실존적 위기를 지적했다.
그의 진단은 날카로웠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근원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돈과 권력, 교육과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왔다. 특히, 그는 과학이 이 땅에 유토피아를 만들 것이라 믿었던 과학주의의 허상을 꼬집으며,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곤두박질치고 오히려 우울해진다"고 일갈했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고학력 인플레이션과 경쟁의 심화, 그로 인한 청년 세대의 좌절감과도 맞닿아 있다. 이 목사는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지만, 고학력을 자랑하는 지금 우리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며 지식과 물질의 풍요가 구원을 담보하지 못함을 강조했다.
광교협 직전회장 이종석 목사(새로운교회)가 '실천적 무신론의 벽을 깨라'란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 목사가 말하는 '실천적 무신론'의 벽은 다름 아닌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불신과 절망이다. 그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믿지 않는다"며, 진정한 신앙의 회복을 통해 이 무신론의 벽을 허물어야 함을 역설했다.
'십자가의 방향'을 묻다: 기독교의 공공성과 선한 영향력이 목사의 설교는 개교회주의와 성과주의에 매몰된 한국 교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세상을 향해서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영향력을 상실해 버렸다"며, 기독교가 이웃을 돌보는 피난처로서의 본질적 역할을 상실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세상과 단절된 섬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한 영향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안에, 우리 교회가 이 동네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갈까 봐 지역 주민들이 데모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의 피난처고 교회 때문에 우리 도시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목사의 이 발언은, 교회의 존재 이유가 종교적 폐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을 띠며 이웃의 아픔에 공명하는 데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그는 "돈과 권력의 힘, 이것은 하나님 없어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들은 돈이 없고 권력이 없고 맨파워가 없어도 하나님이 하시는 그 역사를 날마다 현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기독교적 가치가 어떻게 세속적 가치를 넘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부활의 샬롬: 파괴된 세계에 던지는 생명과 평화의 선언예배의 2부는 부활의 신앙을 구체적인 삶의 자리로 연결하는 선언의 시간이었다. 정석윤 목사(광교협 대표회장)는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기후 재난, 불평등의 문제를 조명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서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을 파괴하고 있다"며, "역사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부활의 복음은 평화"라고 선언했다.
광교협 대표회장 정석윤 목사(광주상록교회)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부활의 복음은 평화이자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희망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는 기독교의 평화주의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무한 성장의 논리로 창조 세계를 파괴하는 현 체제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였다. 정 목사는 이어 "여전히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들, 포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영적 침체와 경제적 불황 가운데서 삶의 부활을 체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분절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의 메시지는 부활이 단순한 사후 세계의 약속이 아니라,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는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희망"임을 역설했다.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가 부활절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러한 메시지는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가 낭독한 '2026 광주광역시 부활절 연합예배 선언문'에서 구체적인 실천 목표로 집약되었다. 참석자들은 다 함께 목소리를 모아, "한국 사회에 부활의 기쁜 소식과 복음적 가치를 제시하여 대한민국의 치유와 회복의 희망이 된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소외되고 상실한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공적 책임을 다한다", "모든 나라와 민족 간의 전쟁을 멈추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게 되기를 소원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세대에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며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과 책임을 물려주기 위해 힘쓴다"는 대목이다. 이는 교회 고령화와 청년 세대 이탈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기독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반영한다.
2026년 광주의 부활절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아픔을 직시하고, 십자가의 고난 너머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교회의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이들의 목소리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 각자도생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묵직한 질문을 던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