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교동교회가 떡나눔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CBS 뉴스 캡쳐종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거대한 담론이나 선언을 넘어, 그것은 종종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고 온기가 담긴 떡과 쌀을 건네는 지극히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로 증명된다. 지난 4일, 부활절을 하루 앞두고 목포북교동교회(김주헌 담임목사)가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펼친 '제29회 떡 나눔 및 제26회 쌀 나눔' 행사는 불안과 빈곤이 일상이 된 시대에 교회가 지역사회의 안전망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묵직한 사례다.
전쟁의 여파가 빈민의 식탁을 덮칠 때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글로벌 전쟁과 공급망 붕괴, 그리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가장 취약한 계층의 식탁부터 덮쳤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차상위 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존의 위기가 도래했다.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지역 교회는 자발적인 구호 기관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북교동교회가 쌀 나눔에 앞서 인근 지역주민센터와 복지단체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CBS 뉴스 캡쳐목포북교동교회의 이번 나눔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주민센터와 사회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은 500세대에 쌀을 전달했고, 성도들을 8개 조로 나누어 무려 5,000세대의 이웃을 가가호호 방문해 떡을 나누었다. 이는 단순히 물자를 배분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직접 문을 두드리고 대면하는 과정은, 심화하는 현대 사회의 '사회적 고립'을 깨뜨리고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망을 복원하는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2013년부터 이어진 '떡과 쌀'의 신학목포북교동교회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부활절과 추수감사주일에 맞춰 1년에 두 차례씩 이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김주헌 담임목사는 이 사역이 지닌 시대적 맥락과 종교적 본질을 명확히 짚었다.
김주헌 목사가 복지센터장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광주CBS 뉴스 캡쳐 김 목사는 "작은 시작이었는데 하나님께서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셨다"며, "특히 올해는 전쟁으로 인해서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더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지역 사회의 경제적 고통으로 치환되는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베풂과 섬김'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부활절은 기독교 신앙에서 사망 권세를 이기고 생명이 승리했음을 기념하는 절기다. 김 목사가 "이번 기회를 통해 쌀과 떡을 받으시는 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천국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인 것처럼, 이들에게 떡과 쌀은 단순한 구호 물품을 넘어 생명과 구원의 초대장이다.
경제적 한파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 목포의 좁은 골목을 누비며 전달된 5,000인분의 떡과 500포대의 쌀은 세상을 향해 묻고 있다. '우리 시대의 종교는 이웃의 고통 앞에 무엇을 내어주고 있는가'라고. 북교동교회의 우직한 실천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