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서, 특히 보수적인 한국 교회 안에서 '자살'은 일종의 금기어였다. 개인의 신앙적 실패나 교리적인 정죄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남은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더해 공동체로부터 소외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OECD 자살률 1위라는 참담한 국가적 재난 앞에서, 교회는 더 이상 정죄가 아닌 '구조'의 밧줄을 던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척박한 현실 속에서 벼랑 끝에 선 이웃들의 손을 잡기 위해 지역 교계가 뜻을 모았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광주지회는 최근 지역 내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동역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생명사랑 파트너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2019년부터 이어진 7년의 끈질긴 생명 사역지난 2019년 7월 7일 첫발을 내디딘 라이프호프 광주지회는 지난 7년간 지역 사회의 어두운 곳을 묵묵히 밝혀왔다.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 사회적 편견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자살 유족들을 초청해 '희망음악회'와 '토크 콘서트'를 열어 이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또한 '생명보듬이(게이트키퍼)' 강사 양성, 걷기 캠페인, 교회 내 인식 개선 교육 등 예방부터 사후 돌봄까지 전방위적인 생명 살리기 사역을 전개해 왔다.
이날 행사는 강성열 운영위원장(광주지회)의 환영사와 윤재경 총무가 준비한 지난 사역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으로 막을 올렸다. 이들은 단순한 행사 보고를 넘어,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해 온 지역 교회와 파트너들의 연대가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확인시켰다.
정죄를 넘어 돌봄으로… 한국 교회의 뼈아픈 과제이날 행사의 백미는 장진원 상임이사(라이프호프 본부)의 특별 강연이었다. '한국 사회 자살 예방과 과제'를 주제로 강단에 선 장 이사는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진단하며 한국 교회의 인식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장신원 상임이사가 자살의 인식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그는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적 현상의 결과물"이라며, "교회가 먼저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고립된 이들을 찾아내는 '생명 안전망'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 사회 복지 체계와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생명 존중의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묵직한 당부였다.
행사는 김원웅 대표(광주지회)의 마무리 인사로 끝을 맺었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 속에서, 라이프호프 광주지회가 걸어온 7년의 궤적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가장 성경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죄하던 손가락을 거두고 상처받은 자들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교회는 이 시대의 참된 '도피성'이자 '생명의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