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직분은 어떤 의미인가. 세상의 관점에서 그것은 헌신의 대가로 주어지는 명예나 권위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 안에서 직분은 가장 낮은 곳에서 섬기라는 주님의 준엄한 명령이자,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아야 하는 무거운 십자가다.
예수나무 임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광주동노회 소속 예수나무교회(담임 최준석 목사)가 지난 5월 3일 오후 3시, 교회 본당에서 새 일꾼을 세우는 '장로, 안수집사, 권사 임직 및 취임 예배'를 드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지역 교회가 영적 침체와 리더십 부재라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날 세워진 임직자들은 세속적인 성공이 아닌 '겸손과 섬김'이라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회복할 것을 다짐했다.
여호와의 말씀을 가장 크게 듣는 사람들이날 1부 예배는 최준석 담임목사의 인도로 진행됐으며, 조규옥 장로(동천교회, 광주동노회 부노회장)가 기도를 맡았다. 이어 강단에 선 차현철 목사(주님의교회, 광주동노회장)는 사무엘상 15장 1~3절을 본문으로 삼아 '왕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소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광주동노회장 차현철 목사(주님의교회)가 축도를 하기 위해 등단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차 목사는 인간의 내면을 지배하는 세 가지 소리, 즉 "여호와 말씀의 소리, 욕심의 소리, 사람의 소리"를 언급하며 임직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사람은 이 세 가지 소리 중 어느 소리에 반응해야 할까? 평상시에 하나님의 말씀을 소망해야 여호와의 말씀을 가장 크게 듣고 그 말씀대로 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회의 리더십이 사람의 여론이나 개인의 이기심이 아닌, 오직 성경적 진리에 기반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이자 권면이었다.
약속을 지키는 직분자, 사명을 감당하는 자리
예수나무교회 임직 및 취임예식에서 최준석 담임목사가 집례를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2부 임직 및 취임 예식은 최준석 담임목사의 집례로 거행됐다. 장로 임직에는 이광영, 안수집사 임직에는 김현표, 권사 임직에는 김미형, 김정효, 배정숙, 백영순이 각각 세워졌다. 또한 김영이, 문영숙, 심영임, 이정옥, 정영임이 명예권사로 취임하며 평생을 교회에 헌신한 수고를 위로받았다. 각 직분자를 위한 임직 기도는 최준석 담임목사, 주세영 목사(수북교회, 노회 서기), 백형수 목사(함께하는교회, 노회 시찰장)가 나누어 맡아 축복했다.
이어진 3부 축하식에서는 선배 목회자들의 진심 어린 당부가 쏟아졌다. 이종학 원로목사(담양 복민교회)는 축사를 통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해 진실한 마음으로 본직을 힘써 봉사하기로 서약한 약속을 잘 지키는 직분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권면을 맡은 유영동 목사(성문교회)는 "임직은 영광의 자리가 아닌 사명의 자리"라고 정의하며, "직분에 맞는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직분의 타이틀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인내하는 '일상의 영성'이 직분자의 진정한 덕목임을 강조한 것이다.
"권세가 아닌 섬김의 자리가 되게 하라"이날 임직자를 대표해 인사를 전한 이광영 장로의 고백은 행사 내내 흐르던 '본질적 사명'이라는 메시지의 완결판이었다. 이 장로는 담임목사와 성도들, 그리고 참석한 노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부족한 저희를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워 주심에 깊은 감사와 함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교회의 하나 됨과 겸손을 약속했다. "담임목사님과 선배 장로님들과 함께 양 떼를 사랑으로 돌보며 겸손과 순종의 자세로 교회를 섬기고 하나 됨을 이루는 일에 쓰이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말과 행동으로 본이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며 성도들의 기도를 부탁했다.
임직자들을 대표해 이광영 장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 장로의 인사는 "직분이 권세가 아닌 섬김의 자리가 되게 하겠고 오직 은혜로 일을 감당하며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는 임직자들이 되겠다"는 결단으로 마무리됐다. 사도 바울의 고백을 빌려 "사명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리더십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축하식은 장호영 안수집사의 축가와 노회장 차현철 목사의 축도로 모두 끝났다.
십자가 보혈로 일궈낼 '생명의 숲'을 기대하며지난 2004년 7월 창립된 예수나무교회의 사명선언문은 '예수나무로 열방이 생명 숲 되게 하라'이다. 여기서 '예수나무'는 예수님이 사랑으로 지고 가신 나무, 즉 십자가를 의미한다. 십자가에서 흐르는 보혈의 강을 지나 생명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열방을 소성케 하여(계 22:2) 거대한 숲을 이루겠다는 것이 이 교회의 창립 비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임직 예배는 단순히 새로운 일꾼을 세우는 연례행사를 넘어,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교회가 끝까지 붙잡아야 할 십자가의 방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사명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겠다"는 새 임직자들의 낮아짐과 헌신이, 척박한 지역 사회에 생명의 숲을 일궈내는 진정한 '예수 나무'로 깊이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