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성열 교수 제공한국 개신교의 선교 역사가 우리 전통 예술인 판소리와 만날 때, 복음은 낯선 이방의 언어를 넘어 민족의 정서가 담긴 깊은 울림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문화적 습합의 정수를 보여주는 '판소리 예수전'이 이 시대의 사회적 약자인 이주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 10일 오후, 전남 광양 외국인노동자센터(광양 외국인노동교회, 양현성 목사 시무)에서는 '와보라 예수전 선교단'(단장 강성열 호남신학대 명예교수)의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판소리 흥보가 전수자인 김생심 집사의 창과 지순구 집사의 고수 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우리 가락의 고저장단에 실려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달됐다.
김생심 집사(좌)의 예수전 창과 지순구 집사(우)의 고수. 강성열 교수 제공이번 공연의 모태가 된 '판소리 예수전'은 1960년대 후반, 한국 판소리의 거장 고(故) 박동진 장로에 의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당시 초동교회 조향록 목사와 동아방송 주태익 작가는 "예수님의 일생을 판소리로 불러보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사양하던 박 명창은 예수의 생애를 다룬 사설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이를 판소리 선율에 맞게 재구성해 '우리식의 찬양'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서구에서 유입된 기독교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결합해 어떻게 보편적 진리를 토착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공연이 열린 광양 외국인노동자센터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복지 사역의 전초기지다. 센터는 한글 교육과 의료 봉사 지원뿐만 아니라 지게차 국가자격증 취득 조력, 드론 사용법 교육, 고국 가족 초청 지원 등 실질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 소개를 넘어, 고단한 타향살이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흥겨움을 소개하고 정서적 사귐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와보라 예수전 선교단'의 강성열 단장이 예수전을 소개하고 있다. 강성열 교수 제공강성열 단장은 "판소리 가락을 통해 예수님의 삶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길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