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동반목회 성공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세민 기자한국 교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개척 교회의 생존율이 급감하는 현실 속에서, 교단 차원의 지원 패러다임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지원이 시혜적인 '재정 보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춘 실천적 도구와 생존 전략을 공유하는 '목회적 연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동반목회지원위원회(위원장 전학수 장로)가 11일 광주 월광교회(김요한 목사)에서 개최한 '제110회기 서부권 동반목회지원위원회 선교대회'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국 4개 권역 순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단순한 정책 설명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위기 앞에서 '강소교회(작지만 강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입체적으로 모색했다.
고립된 섬에서 마을의 '처마'와 '우물'로이날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화두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과 '관계망의 재건'이었다. 환영사에 나선 전학수 부총회장(동반목회지원위원장)은 "총회의 동반목회 지원사업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선교적·목회적 연대를 통해 함께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사랑의 공동체' 운동"이라고 선언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연대의 정신으로 한국 교회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된 현장 사역자들의 치열한 고민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시대적 위기 속 목회의 본질'을 주제로 강연한 박요셉 목사(좋은교회)는 현대 교회의 익명성을 꼬집으며 "서로 누군지도 모른 채 뒤통수만 보고 가는 예배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하고 삶을 나누는 '앞통수 예배(소그룹 예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대교회의 역동성이 거대한 성전이 아닌 '마가의 다락방' 같은 소그룹에서 비롯되었듯,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제공해야 할 핵심 가치는 '친밀한 영적 공동체'라는 분석이다.
진영훈 목사(효자동교회)의 '참새방앗간' 프로젝트 사례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탁월하게 구현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진 목사는 "교회가 마을의 중심이 되려 하지 말고 일원이 되어야 한다"며, 교회 마당에 주민들을 위한 생수와 도서를 비치한 컨테이너(참새방앗간)를 설치해 지역사회의 잃어버린 '처마'와 '우물' 역할을 회복한 과정을 공유했다.
종교적 우월주의를 내려놓고 이웃의 실질적인 필요에 응답할 때, 비로소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디지털 시대, '정보 전달'이 아닌 '진리 선포'의 사명기술 발전이 목회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냉철한 성찰도 이어졌다. 문재진 목사(미래전략연구소)는 '작은 교회 목회지원을 위한 AI 활용법' 강의를 통해 챗GPT, 캔바, 수노 등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한 설교 준비와 행정 효율화 방안을 소개했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작은 교회에 AI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목사는 기술적 효용성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며 목회의 본질적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는 있지만, 눈물로 기도하며 고통받는 이의 손을 잡아주는 '선포와 공감'의 영역은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그의 지적은, 효율성의 시대에도 종교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헌신의 가치를 일깨웠다.
예배와 정책 설명, 그리고 전도·다음세대·미래전략 등 다양한 전문 사역 기관이 참여한 목회지원박람회로 채워진 이번 서부권 선교대회. 그것은 물량주의적 성장이 멈춘 시대, 작지만 단단한 교회들이 연대와 본질 회복을 통해 써 내려가는 새로운 생존의 기록이자 한국 교회를 향한 희망의 청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