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 원로목사가 신임 김다니엘 위임목사에게 직접 목회 가운을 입혀주고 위임 반지를 전달하며 영적 리더십의 아름다운 계승을 보여주고 있다. 한세민 기자한국 개신교회의 거대한 세대교체기가 도래했다. 1970~80년대 폭발적인 교세 확장을 이끌었던 개척 1세대 목회자들이 강단을 떠나고, 인구 절벽이라는 위기 앞에 선 후임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리더십 이양의 파열음은 교회의 공적 신뢰를 갉아먹곤 하지만, 철저한 자기 비움을 동반한 아름다운 계승은 교회 공동체가 지닌 결속력을 증명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지난 13일 광주 북구 낙원교회에서 열린 '문진 원로목사 추대 및 김다니엘 목사 위임 감사예배'는 장로교의 대의적 질서 안에서 리더십 교체가 어떻게 영적 축제로 승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 현장이었다.
예장합동 광주전남노회(노회장 이한석) 주관으로 치러진 이날 예식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비움'의 고백이었다. 39년간 교회를 개척해 일궈온 문진 원로목사는 자신의 사역을 회고하며 "목사는 죽고 난 다음에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 성도를 남겨야 한다"고 단언했다.
문진 원로목사가 감사 인사를 통해 정해진 구간의 사역을 완주했음을 고백하며, 자신은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는 동역자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그는 32년 전 위임받을 당시 "목회는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정해진 구간만 열심히 달리라"고 했던 고(故) 박문재 목사(광주중흥교회 원로)의 당부를 떠올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구간의 사역을 마쳤음을 선언했다.
특히 "교회는 잊어버리십시오. 그래야 새로운 후배 목사님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황영준 원로목사(광주동산교회)의 권면을 받아들여 자신은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는 평신도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헌신을 다짐했다. 자신이 일군 평생의 업적에서 기꺼이 소외되겠다는 이 결단은, 권력의 사유화 유혹에 쉽게 빠지는 현대 교회 리더십을 향한 묵직한 경종이다.
낙원교회의 새로운 영적 구심점이 된 김다니엘 위임목사가 취임 인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만을 따르는 목회를 하겠다고 결단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십자가의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은 신임 김다니엘 위임목사의 일성 역시 행정적 직무의 인수를 넘어선 본질적 성찰에 닿아 있었다. 김 목사는 취임사를 통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이 시대와 이곳에 우리를 부르신 주님의 뜻을 아름답게 이루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1세대 목회자가 남긴 철저한 헌신과 순종의 유산을 고스란히 짊어지겠다는 의지다.
광주전남노회장 이한석 노회장가 "이사야 선지자처럼 하나님이 부르실 때 즉각 순종하며 나아가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설교했다. 한세민 기자 이한석 노회장은 '하나님이 부르실 때(사 6:1~13)'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혼란의 시대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며 부르심에 응답했던 이사야의 역사적 소명을 상기시켰다.
한편, 이날 예식에는 광주중부교회 김종원 목사가 위임국장으로 나섰으며, 광주동명교회 이상복 목사와 광주산수교회 임춘수 목사 등이 참석해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다.
문진 원로목사와 김다니엘 위임목사, 순서 담당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창오 국장명예와 권리를 내려놓고 기도의 자리로 퇴장하는 원로목사와, 십자가의 무게를 안고 출발선에 선 위임목사. 낙원교회가 보여준 명예로운 리더십 교체는 세속적 가치관에 물든 전환기의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