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광주양림교회 찬양대원들이 이기선 교수의 찬양세미나를 듣고 있다. 한세민 기자광주 기독교의 발상지이자 근대 문화의 요람인 양림동에는 역사적 흉터와 같은 독특한 풍경이 존재한다. 한 울타리에서 출발했으나 한국 장로교회의 역사적 분열 과정(기장, 통합, 합동)을 거치며 세 갈래로 갈라진 '세 개의 광주양림교회'가 그것이다.
신학적 노선과 교단의 벽은 수십 년간 이들을 갈라놓았지만, 이들이 다시 마주 앉는 지점은 교리적 토론장이 아닌 바로 '찬양대석'이었다.
지난 7월 11일, 광주양림교회(합동) 본당에서 세 광주양림교회 찬양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 찬양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교단 정치와 교리적 이견을 넘어, 장로교 분열의 역사적 상흔을 음악이라는 보편적 영성으로 치유하려는 세 교회 공동의 오랜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기선 교수(부산시립합창단 예술감독·총신대 명예교수)는 줄리어드 음대와 아리조나 대학에서 합창 및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하고 프로 합창단을 이끌어온 한국 합창계의 거목이다. 이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찬양의 본질을 '신학적 교리'가 아닌 '창조 세계의 원초적 질서'와 '인간의 실존' 속에서 규명해 나갔다.
■소리에서 시작된 우주, 그리고 찬양의 본질이 교수는 창세기 1장과 시편을 오가며 천지창조의 순간을 물리학적·음악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하나님은 말씀이라는 '소리'를 수단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 소리는 음의 조화와 멜로디 등 음악의 모든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음악의 기원은 하나님 스스로이시다."
그는 물리학의 미시적 세계(원자와 분자 구조)와 천문학의 거시적 우주(2조 개에 달하는 은하계 구조)를 넘나들며, 온 우주가 하나님의 자연 계시 속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찬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생물학적 관점을 들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을 찬양하도록 지음 받았다"고 강조했다. 동물의 출생과 달리 오직 인간만이 첫울음과 옹알이, 그리고 타고난 복식 호흡을 통해 소리를 낸다는 점을 들어, 인간을 창조의 원리 속 '찬양의 주체자'로 규정했다.
■기술적 탁월함과 영적 성결의 균형그렇다면 이 거대한 우주적 찬양에 인간 찬양대는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가. 이 교수가 제시한 해답은 '성령의 임재'와 '최고의 장인정신(Craftsmanship)'의 조화였다.
그는 에베소서 5장을 인용하며 "성령께서 우리의 몸을 주관하여 성부와 성자 하나님께 찬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동시에, 시편 33편의 '공교히 연주할지어다(Skillfully)'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단순한 종교적 열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성실한 연습을 통해 음악적으로 철저히 준비된 '장인의 자세'가 깃들 때 비로소 가장 온전한 찬양이 완성된다는 지적이다.
■선율로 잇는 언덕, 10월 연합찬양예배를 향해세 광주양림교회는 1950년대 교단 분열의 역사 속에서도 해마다 공동 찬양세미나를 열며 보이지 않는 연대의 끈을 이어왔다. 갈등과 대립의 한국 교회 역사 속에서 이들의 행보는 독특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말과 글로 하는 에큐메니칼(교회연합) 운동은 종종 신학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찬양은 교파의 장벽을 가장 낮고 부드럽게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세 교회의 연합은 일회성 학술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오는 10월 18일 주일 오후 4시, 세 교회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연합찬양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양림동 언덕 위에 울려 퍼질 이들의 화음은, 교회의 분열이 당연시되는 이 시대에 교회의 참된 일치와 평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나직이 웅변하고 있다.